수술은 잠깐, 투병하는 시간은 아주 깁니다.

암 환자는 수술 뒤 5년, 장기 이식 환자의 기다림은 기약마저 없죠.

수술은 의사의 몫이지만, 환자의 마음속 고통은 누가 위로할까요.

이혁준 MBN 기자

김동욱 씨는 32살입니다. 지난해 1월 연골육종 진단을 받았습니다. 훤칠한 키에 잘생긴 동욱 씨를 암 멘토링 학교에서 만났습니다. 동욱 씨는 투병 기간 친구들에게 연락하지 않았습니다. 오겠다는 친구도 말렸습니다. 혼자 투병하던 시간, 돌아보면‘바보 같았다’고 말합니다. 가족 중에도 암 환자가 없었기에 김 씨는 혼자 견뎠습니다. 인공 고관절을 한 탓에 아직 다리가 불편하지만, 김 씨는 암 강연을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다른 이들의 암 투병 이야기를 들으며 스스로 아픔을 치료합니다. 강사로 나선 이들은 힘들었던 경험담을 농담처럼 툭툭 던지며 좌중에 웃음꽃을 피웁니다.

동욱 씨가 참가한 강연의 강사인 황영경 씨는 2018년 7월 유방암 3기 진단을 받았습니다. ‘비타 황’이라는 예명으로 유튜브에 투병기를 올리고 있습니다. 영경 씨는 무용 전공자입니다. 제주도에 사는 영경 씨는 무용 레슨으로 제주도를 휩쓸었다고 말합니다. 투병하는 동안, 남자가 아프면 여자가 돌보지만, 여자가 아프면 스스로 돌봐야 한다고 너스레를 떱니다. 영경 씨는 투병 중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습니다. 마음을 다잡기로 하고 영경 씨가 외친 말은 “그래, 나 암 걸렸다. 어쩔래. 나만 걸려?”입니다. 아이가 있었기에 더 빨리 마음을 잡을 수 있었다고도 속내를 털어놓습니다.

조윤주 씨는 무려 2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거느린 인기 유튜버입니다. 24살에 난소암에 걸려 암 투병을 시작했고 29살에 암이 재발했습니다. 재발 뒤 눈물이 많아졌다고 독자들에게 고백하는 윤주 씨, 하지만 윤주 씨가 올리는 영상은 ‘암환자뽀삐’라는 발랄한 예명에 걸맞게 재치 발랄한 일상생활이 더 많습니다.

임신 중인, 조만간 결혼을 앞둔 김 씨는 암 환자의 가족입니다. 김 씨의 어머니는 2012년 폐암 4기와 뇌척수 전이 진단을 받았습니다. 어머니에게 맞는 약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한 달에 1천만 원 약값을 버텼습니다. 건강보험이 적용된 이후에도 김 씨의 어머니는 예외에 해당했습니다. 약값만 600만 원대로 줄었습니다. 실비보험과 재난적 의료비도 신청해보지만, 나머지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입니다. 인터뷰 중 김 씨는 눈물을 훔칩니다. 어머니가 약값을 아시면 치료를 거부할 것 같아 영수증을 무조건 숨긴다며,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을 때가 있다고요. 문을 나서며 생각했습니다. 약값을 부담하긴 힘들겠지만, 김 씨는 어머니가 더 오래 살아 손주도 안아주고, 돌잔치도 함께 하길 바랄 거라고요. 김 씨의 어머니도 건강보험을 적용 받도록 돕고 싶다고요.

지금까지 암 환자 얘기만 했죠. 이번에는 투석 환자 이야기입니다. 김복임 씨는 지난해 2월에 만났습니다. 71살인데요. 2018년 11월 콩팥 2개를 이식받았습니다. 콩팥? 우리 병원 유명한데? 맞습니다. 전남 광양에 사는 복임 씨는 이식 수술을 위해 서울로 올라와 보라매병원을 찾았습니다. 김 씨는 혈액 투석을 1년 동안 받았습니다. 투석 받는 분들 만나서 이야기 들어보면 사실상 일상생활을 포기하게 됩니다. 복임 씨도 마찬가지였겠죠. 복임 씨는 79살 뇌사자의 콩팥을 이식받아 남들보다 투석 기간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가족들한테 짜증도 많이 냈는데 이젠 그런 게 없어졌다며 김 씨는 의사 선생님께 감사해 했습니다. 자신감도 생겼고, 베풀며 살고 싶다고요.

무슨 환자 이야기만 주야장천 하냐고요? 병원을 출입하면서 느낀 건데요. 투병하는 시간에 비해 수술하는 시간은 아주 잠깐이더라고요. 몸은 병원에서 고쳐주지만, 누워 있는 동안 마음의 고통은 누가 위로해줄까요. 요즘 시대는 IT 기술이 발달해 유튜브로 검색만 해도 나의 아픔을 공감해줄, 경험담을 들려줄 사람들이 나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 남들도 이렇게 아프구나, 그래도 열심히 마음 다잡고 이겨내려 노력하는구나' 싶을 겁니다. 병원에 있는 가장 많은 분은 환자입니다. 하루에 100명이 넘는 환자를 진료해야 하는 의사 선생님들, 24시간 당직을 돌며 환자의 곁을 지키는 간호사님들, 모두 여러분을 위해 바쁘거든요. 이 글 읽고, 걱정되는 마음, 왜 이렇게 아플까 고통스러운 마음, 잠시라도 내려놓으셨다면, 한번 환하게 웃어주세요. 고달픈 일상인 선생님들도 웃는 환자 보면 힘날 겁니다. 웃으면 면역력 올라간다니 손해 볼 장사 아닙니다.

기자로 살면서 때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지켜볼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 순간이 지나면, 저는 가끔 이 단어를 되뇌곤 합니다. C'est la vie. 그것이 인생인 거지요. 그래요. 인생이 그렇습니다. 누구나 믿는 존재가 있죠? 신이든 무엇이든요. 그분은 당신이 아플 때 옆에서 함께 아파한다고 합니다. 혼자가 아니니, 이제 손을 내밀어 볼래요? 혼자 아프면 더 아픕니다. 아픔은 나눠야 반으로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