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이 시려오는 겨울, 서울 도심에서 따뜻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를 소개한다. 청계천 따라 만날 수 있는 곳, 한국의 브루클린이라고 불리는 성수동 주위를 걸어본다. 성동구 구석구석에 숨어 있어 혼자 가서 쉬기에도 좋고 연인과 함께 가면 더없이 좋은 운치 있고 특별한 레트로공간을 찾아가본다.

. 이성주 / 사진. 고인순

성수동 수제화거리  서울숲 

왕십리 광장  청계천 박물관 

마장동 피카소마을  청계천 판잣집 체험관

좌 :수제화 거리의 상징 / 우 :성수역 2번 출구 풍경

성동구가 새로운 곳으로 변모하고 있다. 오래 된 공장이 까페로 변신하고 허름한 젊은이들의 놀이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다. 성동구 구석구석을 거닐며 복고풍의 공간과 현대적인 감성이 교차하는 숨어있는 명소를 찾아가 본다. 성수동의 산 역사인 수제화 거리에서 도보여행을 시작해보길 추천한다. 구두 장인들이 모여 있는 성수동은 한국 수제화의 역사가 담긴 곳이다. 성수역에서 수제화 제작전시관을 보고, 2번 출구로 나오면 장인들의 핸드프린팅과 수제화 장인의 공방을 만날 수 있다. 수제화 산업은  미군들의 중고전투화를 신사화를 만드는 가게가 호황을 누리고, 금강제화 본사가 성수동으로 옮겨오며 성수동 수제화거리가 형성됐다. 성수동에 가면 내 발에 꼭 맞는 하나밖에 없는 구두를 저렴한 가격으로 만날 수 있고 구두에 관한 모든 것을 구할 수 있는 신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수제화 체험공방에서 장인에게 구두제작법도 배울 수 있다.

소란스러운 도시를 벗어나고 싶다면 서울숲에 가자. 계절이 변하는 순간을 한눈에 확인할 수있는 울창한 나무숲을 상쾌하게 걸을 수 있고, 너른 벌판에서 낭만과 사색을 즐길 수 있다. 눈이 오는 날에는 눈 쌓인 벌판을 하염없이 바라볼 수 있다. 서울숲의 명소인 ‘바람의 언덕’에 가면 한강을 바라보며 불어오는 바람을 느낄 수 있다. 햇살이 따뜻한 날에는 서울숲 벤치에 앉아 책을 읽어도 좋다. 산책로를 따라 여유롭게 자전거를 타다 보면 서울숲이 해질녘의 따뜻한 빛으로 물드는 순간을 만날 수 있다.

상:왕십리역 광장에 있는 소녀상
하:왕십리역 광장의 상징 시계탑

40만 명이 오가는 왕십리역이 특별한 문화공간이 됐다. 5번 출구 앞 시계탑 광장에 가면 성동구민들이 건립 운동으로 마련한 성동평화의 소녀상이 있다.빈 의자 옆에 다소곳하게 앉아있는 상처 입은 소녀상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인권회복과 아픈 역사를 기리기 위한 것이다. 평화와 자유를 상징하는 새, 할머니의 그림자를 가진 소녀, 그림자 속 하얀 나비. 소녀상에 담긴 상징들은 지난 슬픈 시간을 뒤로하고 희생자들의 평화를 바라는 의미를 담았다. 추운 겨울날씨에 소녀상 발에는 직접 손으로 뜬 양말이 신겨있고, 빈 의자에는 한 다발의 어여쁜 꽃다발도 놓여있다. 햇볕이 쏟아지는 겨울의 광장은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복합문화공간이자 역사적인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곳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뜻깊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왕십리 광장으로 가자.

청계천 박물관 내부

서울의 젖줄이자 삶의 터전이었던 청계천의 시간을 간직한 박물관이 있다. 성동구 고가도로와 청계천 사이에 이 아름다운 박물관은 물길 따라 변화한 도시의 발전을 고스란히 담았다. 복원되기 이전 청계천의 모습부터 2003년 7월부터 2005년 9월까지 진행된 청계천 복원 공사와 이후의 변화를 볼 수 있다. 시민들에게 무료로 개방돼 있어 청계천 따라 산책을 하다 전시관에 들러도 좋다. 또한 박물관에서 진행하는 연극, 영화, 음악 등 프로그램에 언제든 참여할 수 있다. 문득, 청계천을 걷다 서울의 천변이야기가 알고 싶다면 이곳으로 가보자.

좌 : 벽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 우상 : 꽃담벽화 안내판 / 우하 : 계절마다 새로 그려지는 벽화

성수동 바로 옆에 있는 마장동으로 발길을 돌려보자. 마장동 세림아파트 후문 옆 왼쪽으로 들어서면 색색의 아름다운 벽화를 만날 수 있다. 살곶이길을 따라 시작하는 벽화는 계절마다 다시 그려져서 매번 색다른 모습을 선사한다. 2014년 9월부터 시작된 마장동 벽화마을 조성사업은 봉사자 1,000여 명이 참여했다. 덕분에 골목과 골목 사이, 눈길 가는 곳마다 숨어있는 벽화들로 가득하다. 공원 가는 길과 야트막한 오르막길을 따라 걷기 좋고, 고즈넉한 해질녘 풍경을 등에 지고 파스텔톤 벽화에서 사진 찍기도 좋다.

피카소마을의 당근 벽화

청계천 박물관에서 길을 건너면 특별한 복고풍의 공간을 만날 수 있다. 복고감성 가득히 담아 새롭게 꾸며진 이색 공간이 있다. 홍수에 쉽게 떠내려가는 허름한 판잣집, 아침마다 장사진을 이루는 공동변소, 어려웠지만 부대끼며 살았던 시절을 느낄 수 있는 곳, 청계천 판잣집 체험관이다. 하천 바닥에 세운 기둥에 의지한 판잣집 풍경과 정취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청계천 판잣집 체험관은 드라마 세트장처럼 당시의 판자촌 생활을 복원해놓은 재밌는 공간이다. 교실, 단칸방, 교실, 다방 등을 이색적이고, 정감 어린 복고풍 소품들로 꾸며놓았다. 청계천을 따라 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이 들러서 쉬기도 하며,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이 추억의 사진을 남기는 포토존이기도 하다. 복고풍 교복도 입어볼 수 있고 판잣집 창 너머로 보이는 청계천을 감상할 수 있는 곳. 어렴풋이 그 시절이 그립다면 판잣집 체험관에서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따뜻한 화롯가에서 손을 녹이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도 좋은 곳이다.

청계천 판잣집 체험관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