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은 사랑하는 이에게 애정을 전하는 신체이자 인간이 가장 중요한 선택할 때 사용하는 신체이다. 인간의 힘을 뜻하고, 축복과 경배의 의미로 상징되는 손에 대해 인문학적으로 고찰해본다.

. 안주철 시인 / 일러스트. 김남희

손은 누군가를 맞이할 때 가장 먼저 건네는 신체다. 인사를 할 때도 결혼을 서약하는 중요한 순간에도 인간은 자신의 손을 내민다. 만났을 때 반가운 마음으로 손을 흔들기도 하고, 헤어지는 순간에 마지막 인사를 나누기도 한다. 성경의 누가복음에 실린 ‘탕자이야기’를 보아도 그렇다. 아버지의 품을 떠나 가산을 탕진하고 돌아온 아들을 아버지는 끌어안으며 맞이한다. 그리고 탕자의 손에 값진 반지를 끼워준다.

“내 아들아! 네가 내게로 돌아온 오늘이야말로 하느님의 축복받은 날이다! 여봐라, 어서 들어가 장 속에 넣어 둔 가장 좋은 옷을 가져오너라. 그리고 내 아들의 발에 신발을 신겨 주고 손가락엔 값진 반지를 끼워 주어라. 그리고 외양간에 가서 살찐 송아지를 잡고 잔치 준비를 하여라. 죽은 줄로만 알았던 내 아들이 살아 돌아왔으니 이보다 더 기쁜 일이 어디 있겠느냐?”

탕자의 아버지는 재산을 탕진하고 돌아온 둘째 아들을 꾸짖지 않고 오히려 잔치를 베풀며 환대한다. 이 이야기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게 엇갈린다. 성경에서는 탕자가 집을 나간 이유를 말하지 않는다. 그저 탕자의 가출을 쾌락과 향락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손에 집중하자면 손이란 인간의 신체에 있어서 선택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돌잡이 아이가 눈앞에 놓인 물건을 선택하며 자신의 미래를 보여주듯이 말이다. 인간은 수많은 선택의 기로 앞에서 늘 손으로 자신의 운명을 가늠한다. 

필자는 손에 관한 일을 떠올리면 유년에 겪은 일이 생각난다. 세 살 터울의 누나와 함께 짚을 자르고 있었다. 소의 여물을 썰 때 쓰는 작두를 가지고 놀았다. 누나와 나는 금지된 일을 몰래한다는 것에 들떠 있었다. 그래서 어린 누나와 나는 위험하다는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 내 두 손 위에 작두가 스치게 되었을 때 누나는 두려운 표정으로 떨었다. 그때 우리는 부모님께 혼이 날까 봐 병원에 가야 한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피가 멈추었을 때 누나 와 나는 다친 일을 비밀로 하자고 약속했다. 그때 상처는 아문 것처럼 보였다. 삼 남매 중 장남이었던 형은 그런 사실을 모르고 나와 누나를 위해 나무판자로 장난감 차를 만들어주었다. 이어붙인 판자 밑에는 바퀴가 있어 어린아이 한 명이 탈 수 있는 장난감 차였다. 완성된 장난감 차에 내가 앉았고 형은 앞에서 끌어주었다. 어두워진 저녁 무렵이라 두 손에 난 상처를 형에게 들키지 않고 동네를 몇 바퀴 돌았다. 사실 나는 장난감 차가 생긴 것이 기뻐서 손에 난 상처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갔을 때 어머니는 내 손이 다친 걸 단번에 알아보셨다. 어머니는 다친 손을 보고 놀라서는 나를 안방에 앉히고 치료를 하기 시작했다. 소독을 하고, 연고를 바르고, 거즈를 덮고, 붕대를 감아주었다. 마지막으로 어머니는 내 종아리를 매우 신중하게 때려주셨다. 다쳤으면 바로 집으로 와야지 저녁까지 노는 녀석이 어디 있냐고 야단을 치셨다. 형과 누나는 동생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고 혼이 났다. 오랜 시간이 지나 성인이 되어서도 그때의 기억은 생생하다. 집이 가난해서 아이를 병원에 데려갈 수 없었던 어머니는 얼마나 슬펐을까.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상처 난 나의 두 손과 어머니의 두 손 사이에서 나는 아직도 헤매고 있는 중이다. 왼손 손바닥의 흉터와 오른손 손등의 흉터를 자주 번갈아 가면서 내려다본다.

탕자의 아버지와 나의 어머니는 자식의 손을 보고 달려온다. 탕자의 손에 반지를 끼워주듯이 나의 어머니도 다친 아들의 손가락을 정성스럽게 소독해주었다. 누군가에게 애정을 쏟는 일이란 가장 먼저 손을 통해 전해진다. 부모는 자식의 보드라운 손을 만지고, 바라보며 아이가 성장하는 것을 본다. 아이를 키워보니 아이의 얼굴과 손을 살피게 되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손을 보고 손을 잡으며 우리는 사랑을 확인한다. 사랑하는 이의 손이 거칠어진 것은 아닌지 여전히 보드랍고 아름다운지 확인하는 순간. 우리는 손을 통해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것 이 아닐까 .

안주철 시인 

2002년 제2회 창비신인문학상 시인상으로 등단하고 시집 『다음 생에 할일들』을 발표하며 작품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