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는 서울의 다른 도심에 비해 여유가 묻어나고 운치가 있는 곳이다. 예술인이 사랑했던 정릉을 비롯해 성북구의 좁고 고불고불한 골목길 풍경에는 지난 세월만큼 오랜 이야기가 담겨있다. 울창한 소나무 숲을 안은 북한산 자락과 깨끗하고 맑은 물이 흘러서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성북구. 이곳에서 자연을 벗 삼아 여유로운 봄날의 산책을 떠나보자.


글. 이성주 / 사진. 고인순

북쪽으로는 북한산이 보이고 부채꼴의 성곽이 동네를 껴안고 있는 성북구의 성북동. 느리게 걷는 만큼 볼 것이 많고 오랜 역사를 껴안고 있어서 특별한 동네이다. 따뜻한 햇살이 쏟아지는 오후에 길을 떠나면 여유로운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성북동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최순우 옛집에 들르면 좋다. 이곳은 성북동 초입에 있어서 접근이 쉽고, 겨울에는 보수관리를 하고 꽃이 피는 4월이 되면 개관하고 방문객을 맞이한다. 

최순우의 옛집은 전 국립박물관장이자 미술사학자였던 혜곡 최순우의 집이다. 문화재에 대한 깊은 애정과 뛰어난 안목으로 그 아름다움을 보존하고자 노력했던 최순우의 미덕이 그대로 담겨있는 한옥이다. 이 아름다운 한옥은 '시민문화유산 1호'로 시민들의 후원으로 보존하며 사립박물관으로 운영된다. 집에 들어서면 아기자기한 'ㅁ'자 형태의 조그만 정원이 보이고, 고풍스러운 한옥의 단정한 분위기가 감돈다. 이곳에 가면, 혜곡이 친필로 쓴 현판 '문을 닫으면 이곳이 곧 깊은 산중이다'라는 뜻의 두문즉시심산처럼 고요하고 편안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성북시립미술관 옆에는 성북동의 명소가 있다. 성북동 터줏대감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는 수연산방은 오랜 세월 동안 성북동을 지켜온 한옥이다. 소설가 이태준의 옛집으로 이곳에서 <달밤>과 <돌다리> 등의 소설이 완성됐고, 작은 문학관과 같이 이태준의 서적들과 낡은 서랍과 흑백 가족사진 등 오래된 소설가의 유품이 곳곳에 남아있다. 현재 수연산방은 전통차와 주전부리 음식이 맛있는 전통찻집으로 변신해서 사랑받고  있다. 수연산방의 작은 대문을 지나면 아늑한 정취가 느껴지는 한옥과 마당이 나타난다. 아담한 규모의 수연산방은 안방 앞에 사랑방 역할을 하는 누마루가 있어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방에서 문풍지가 발라진 문을 살짝 열면 따뜻한 햇살이 쏟아진다. 수연산방의 자랑인 단호박팥빙수와 달달한 인절미를 맛볼 수 있고, 계절마다 변하는 풍경을 바라보며 차 한잔하기 좋다. '산 속에 문들이 모이는 집'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수연산방은 사계절 내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성북동을 걷다 보면 시인이자 불교 개혁가인 만해 한용운이 거처했던 심우장을 만날 수 있다. '심우'는 불교에서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는 과정을 잃어버린 소를 찾는 것에 비유한 수행단계 중 하나로, '자기의 본성인 소를 찾는다'라는 뜻을 담아 지은 이름이다. 만해는 조선총독부와 마주 보지 않으려고 반대편 산비탈의 북향집을 택했다. 심우장으로 가는 길에는 독립을 염원했던 만해의 글귀가 이어져 있으며, 그 앞에는 만해 한용운의 동상과 그의 대표작으로 남은 <님의 침묵>의 시가 새겨진 비석이 있다. 일제에 저항하며 독립을 누구보다도 갈망했던 한용운은 1944년에 심우장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가 쓰던 방에는 글씨, 연구 논문집, 옥중공판기록 등의 유품이 남겨져 있다. 심우장은 사색의 공간이라고 구분될 만큼 조용하며 한용운의 독립에 결의가 깃든 곳이다. 조용한 시간을 즐기고 싶다면 심우장에서 만해의 삶을 돌아보자.

한국전통가구박물관은 성북동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다. 가파른 길을 따라 도착하면 멋지고 장엄한 박물관이 나온다. 한국전통가구박물관은 다른 박물관과는 다르게 모든 관람이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며 시간별 가이드투어로만 진행되고 도슨트의 설명을 따라 가구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유익하다. 한국의 전통 목가구와 옹기유기 등의 전통 살림살이를 전시하는 한국의 생활사가 담긴 공간인 만큼, 한국가구박물관의각 채에는 마치 어제 사용한 듯한 가구들이 놓여있다. 2010년에는 G20 서울정상회의에 참석한 국가 지도자들과 유명 명사들이 방문했으며, 2011년에는 CNN에서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박물관’으로 소개되었다. 성북동에는 우리옛돌 박물관과 성북구립미술관, 넥타이박물관 등등 미술관과 박물관 투어를 주제로 성북동을 걸어도 좋다.

봄꽃이 화사하게 피어나는 풍경을 보고 싶다면 불교사찰 길상사에 올라가 보자. 봄 하늘 아래로 부처님 오신 날을 위해 준비된 색색의 전등이 사람들의 손길을 따라 이어지고, 아름다운 나무들이 많아 가볍게 산책하기 좋다. 길상사의 길상화 공덕비 앞에는 모던보이로 불렸던 백석 시인과 자야의 사연과 그녀가 사랑했던 백석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가 새겨져 있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로 시작하는 한 편의 시를 따라 읽으며 산책을 즐겨 보자. 애틋한 그리움이 담긴 시인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

북한산 봉우리가 감싸고 있어 숲의 맑은 공기가 감도는 곳, 정릉. 이곳은 조선 태조의 두 번째 왕비인 신덕고황후의 무덤으로 세계유산에 등록되어 있다. 정릉은 홍살문부터 정자각으로 이어지는 향·어로가 'ㄱ'로 꺾여 있어 일반적인 왕릉 양식과 차이가 있다. 정릉의 아늑한 잔디밭과 소나무 숲을 걷다보면 다른 세계에 있는 듯 한 착각이 든다. 도심에서 벗어나 새소리를 들을 수 있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흐르는 물소리도 들을 수 있다. 따뜻한 봄 햇살을 느끼며 소풍을 즐기기 좋다. 가족들과 연인과 함께 자연속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며 성북동 나들이를 떠나길 추천한다. 세월이 흐르며 많은 것이 변했지만 여전히 성북동에 가면 꽃이 피고 물소리와 새소리가 들린다. 도심에서 벗어나 성북동을 따라 느릿느릿 그리고 천천히 걸으며 봄날의 여유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Tip. 한국가구박물관 예약

가이드투어는 매주 화요일에서 토요일에 진행되며, 예약은 홈페이지 또는 전화 및 이메일로 예약할 수 있다. 사전 예약 없이 관람이 불가능하다. 

관람료 1인당 2만원(청소년 및 장애인 할인적용) / 문의 02-745-0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