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한 봄기운이 완연한 3월 어느 오후, 창가로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지는 구기동의 한 쿠킹 스튜디오에 반가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보라매병원의 풋풋한 신입직원들이 도시락 쿠킹클래스를 찾아온 것이다. 봄나들이를 미리 준비하는 네 사람의 마음 살랑이는 시간을 따라가 보자.


글. 정재림 / 사진. 고인순 / 장소. 스튜디오 이여로

도시락에 대한 기억은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추억 중 하나다.

뜬 마음으로 소풍날 아침 받아든 엄마표 도시락이나 연인과 함께 나눈 잊지 못할 도시락 선물까지. 도시락은 우리 마음에 봄바람을 불게 한다. 도시락에 대한 저마다의 추억을 가진 네 사람이 소중한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했다. 봄에 어울리는 음식들로 도시락 만드는 법을 배워보기로 한 것이다. 스튜디오로 들어선 직원들은 아늑하게 꾸며진 공간을 눈에 담으며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각기 다른 부서의 네 사람은 서로 처음 만나서 어색했지만, 모두 입사한지 얼마 안 된 신입직원이라는 공감대로 금방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준비된 앞치마까지 두르고 나니, 어느새 오랜 친구처럼 편안한 모습이었다. 이번 쿠킹클래스에 참여한 직원들은 모두 참여 공고를 통해 모인 직원들이라 더욱 특별했다. 도시락을 만들어 소중한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같은 바람으로 모여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수강생들이 스튜디오 중심에 자리 잡은 식탁에 둘러섰다. 색색의 요리 재료를 보고 모두 눈이 커졌다. 단번에 식욕을 돋우는 재료들이 아기자기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오늘의 메뉴는 봄내음 가득하면서도 건강까지 생각한 쌈밥 도시락. 눈으로 즐기고 입으로 즐기는 나들이 도시락 만들기가 시작됐다. 고슬고슬하게 지은 밥 냄새가 스튜디오 안에 가득 퍼지자 수강생들 얼굴에도 미소가 피어났다.

도시락의 첫 번째 메뉴로 유부초밥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강사님의 설명에 따라 네 명의 수강생은 양념 된 밥을 유부 안에 채워 넣었다.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하니 모두들 저도 모르게 입술이 비죽 나올 만큼 요리에 집중했다. 열심히 손을 움직여 유부초밥을 만드는데 가장 눈에 띄는 수강생은 영양실 손지훈 직원이었다. 한식, 양식, 중식, 일식 자격증을 두루 완비해 환자들의 영양을 책임지는 그는 야무진 손길로 도시락을 완성해갔다. 그를 보며 동료 직원들의 칭찬과 환호가 이어졌다. 

다음으로 만들어 볼 것은 쌈 채소를 이용한 쌈밥이었다. 대친 케일과 머위, 상추와 근대 잎 그리고 묵은지가 마련되어 있었다. 쌈밥은 싱그러운 초록색으로 눈을 즐겁게도 하지만, 섬유질을 통해 소화 기능을 원활하게 만들어 준다. 특별히 쌈 채소를 살짝 대처 향과 식감도 살렸다. 쌈에 간을 한 밥을 담고 약간의 쌈장을 넣어 마무리하는 간단한 과정이지만 쉽지 않았다. 이시은 직원은 쌈에서 밥알이 삐져나오지 않도록 잘말아 마무리했다. 

하나씩 완성해 나가며 뿌듯한 미소도 새어나왔다. 종류별로 싼 쌈밥이 오밀조밀 어울려 예쁘게 담겼다. 같은 재료를 사용해도 제각기 다른 모양으로 만들어지는 것을 보며 재활의학과 이시은 직원의 꼼꼼하고 아기자기한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유부초밥과 쌈밥에 이어 마지막으로 도시락에 추가될 메뉴는 김밥이었다. 김밥만큼이나 도시락을 대표하는 메뉴가 또 있을까. 강사님이 나눠준 김 위에 밥을 폭신하게 깔기 시작하자 절로 나들이 가는 기분이 샘솟았다. 김밥을 말아보는 것이 처음이라는 서울특별시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 김도연 직원은 커다란 김밥을 척척 만들어나갔다. 김밥을 말고 예쁘게 썰어내 완벽한 데코레이션으로 봄나들이 도시락을 만들어냈다. 수강생들의 도시락이 채워질 때마다 강사님의 칭찬이 끊이지 않았다.

도시락을 모두 채워 넣은 후 좀 더 푸짐하게 만들기 위해 몇 가지를 첨가하기로 했다. 계란말이와 딸기로 색을 더하고, 지단과 게맛살로 데코레이션을 해 마무리했다. 이제 봄 도시락을 만드는 법도 꼼꼼하게 배웠으니 완성된 도시락을 나누어 먹는 시간. 요리할 때 집중하느라 다하지 못한 이야기꽃이 피어났다. 쿠킹클래스가 진행되는 동안 밝은 미소로 활기찬 분위기를 이끌어간 임상연구윤리센터 안솔 직원은 더 많은 교직원들이 매거진<보람애> 나눔밥상 코너에 참여해 좋은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뜻깊은 시간이었던 만큼 사진을 많이 남겨야겠다며 완성된 도시락을 모아두고 인증사진을 찍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다른 수강생들도 뿌듯한 얼굴로 자신들의 도시락과 스튜디오 현장을 사진으로 남겼다. 색다른 인연과 소중한 시간이 사진 속에 고스란히 담겼다.

따뜻한 온기와 스튜디오에 퍼지는 잔잔한 음악, 근사한 봄 도시락까지 갖춰진 더없이 완벽한 한 끼가 만들어졌다. 도시락을 만들고 음식을 나누며 네 명의 신입직원들에게도 선물 같은 시간이 됐다. 올봄, 소중한사람들과 도시락을 나누어보는 건 어떨까. 당신이 전한 따뜻한 선물이 얼어있던 마음을 봄바람처럼 녹여줄 것이다.

이여로는 '당신과 내가 만나 따뜻한 화로 앞에서 함께 하는 시간'을 뜻하는 곳으로 새로운 요리 레시피를 연구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음식을 나누는 원테이블 스튜디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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