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는 [랑겔한스섬의 오후] 라는 수필집에서 소확행(小確幸)을 처음으로 소개했다. 

'막 구운 따뜻한 빵을 손으로 뜯어 먹는 것, 오후의 햇빛 아래 나뭇잎 그림자를 바라보며 브람스의 실내악을 듣는 것,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넣은 속옷을 보는 것, 면 냄새가 풍기는 흰 러닝셔츠를 입는 것, 고양이가 부스럭거리며 이불 속에 들어오는 것…'

이렇듯 개인의 취향이 짙게 밴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따라가 보자.


글. 정재림

SNS로 쏟아져 나오는 #소확행은 값비싼 물건을 구매하거나 멋진 휴양지로 여행을 떠나는 등 소비에 치중된 것으로 보기 쉽다. 하지만 소확행의 진정한 의미는 일상 속에서 개인이 누리는 작은 행복에 있다. 이것이 바로 욜로(YOLO)와의 차이점이다. 남의 눈치를 볼 필요도, 트렌드를 좇을 필요도 없다.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서랍 안에 자신의 속옷을 모으는 조금은 이상한 일이어도 괜찮다. 내게 행복을 주는 일이라면!

행복한 삶은 스스로 만족할 때 가능해진다.

소확행을 통해 나를 채우는 행복을 찾아 떠나보자.

소확행은 삶 속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순간들을 떠올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돌아보며 소소하지만 가장 좋았던 순간들을 떠올려 보자. 다이어리에 적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나의 취향을 따라가면 행복도 명확해진다. 어찌 보면 소확행은 지금 주어진 우리 삶을 제대로 감상할 줄 아는 태도에 달려있다. 그러니 더 이상 행복을 미루지 말자. 당장 오늘부터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다.

행복했던 기억을 되살리는 데에는 오감을 자극하는 게 좋다. 누구에게나 그리운 향기, 좋았던 소리, 잊지 못할 맛과 감촉은 남아있다. 그러니 삶의 주변에서 느낄 수 있는 오감을 그냥 지나치지 말자. 햇볕에 빠짝 마른 빨래 냄새나, 따뜻한 커피잔의 온기, 반려동물의 소리 같은 것에 집중하면 어느덧 그에 얽힌 추억도 속속 떠오르게 된다. 우리 주변에는 행복을 불러내는 추억의 씨앗들이 가득하다.

소확행으로 취미활동만큼 좋은 것도 없다. 꾸준한 취미활동은 스트레스를 날려줄 뿐 아니라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시간이 된다. 하지만 어떤 취미를 시작해야 할지 몰라 고민된다면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신문 구독처럼 취미활동도 정기적으로 배송을 받을 수 있다. 다양한 DIY 활동을 할 수 있는 핸드메이드 키트를 1~6개월 간격으로 배송받는 것이다. 어떤 키트가 배송될지 모르니, 그야말로 정기적으로 선물 받는 취미다.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로 자신의 취향을 알게 되었다면, 이제 내 맘대로 고를 차례. 큐레이션 서비스는 클릭 몇 번으로 집까지 원하는 상품을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간식으로 행복해진다면 간식 배달 서비스를, 집 안에 꽃을 장식하며 행복감을 느낀다면 정기 꽃 배달 서비스를, 베이킹이 즐겁다면 베이킹 재료를 배달받아 이용할 수 있다. 이제 집 안에서도 충분히 행복을 찾을 수 있다. 행복을 찾기 위해 시간을 들여 발품을 파는 것은 모두 옛말이 되었다.

소확행을 위한 여행은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결정하는 것이 좋다. 즉 가까이, 더 자주 떠나자. 거창한 휴양지보다는 잘 알려지지 않은 소도시가 좋다. 해외여행이 아니더라도, 주말 이틀을 활용해 집 근처로 휴가를 떠나보자. 가로수길과 경리단길에 지쳤다면, 경주 황리단길, 부산 범리단길, 부평 평리단길, 울산 꽃리단길 등 찾아볼 만한 곳도 많다.

도저히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책 속으로 떠나는 여행은 어떨까. 직접적인 경험 외에 우리는 얼마든지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애써 공부하기 위해 책을 읽을 필요는 없다. 평소 관심을 가졌던 분야의 에세이나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산문집을 선택해보자. 잡지나 만화면 또 어떠하리. 견문을 넓히는 데 옳고 그른 건 없다.

예태는 안락함을 즐기며 게으름을 피운다는 뜻이다. 우리도 예태할 필요가 있다. 어느 책에서는 삶이 목표를 향해 높아지는 시간 외에 멈춰 서서 넓어지는 시간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불 밖으로 나오지 않는 하루도 충분히 값진 하루다. 바쁜 평일에 얻은 스트레스로 지친 심신을 풀어보자. 부족한 잠을 자도 좋고, 이불속에서 드라마나 영화를 즐길 수도 있다. 또 ASMR을 들으며 평화롭게 쉬는 것도 가능하다.

소확행은 행복을 위해 시간을 빚질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지금, 당장 행복을 누릴 수 있다.

결국 소확행이란 바쁜 삶을 살아가는 21세기 생존법이라 볼 수 있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삶 속에 흩어져 있는 행복을 찾아보자.